[뉴스프리즘] "당신은 지금 차별받고 있습니까"
'우리'라는 말은 참 따뜻합니다.
그런데 '우리'라는 테두리를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얼음장 같은 단어로 변하기도 합니다.
우리와 다르면 틀리다, 혹은 옳지 못하다로 규정해 혐오와 차별을 덧씌우는 경우가 요즘 더 많아졌습니다.
이번 뉴스프리즘에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알아보고 이를 바꿔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짚어봅니다.
▶ "다르면 다 틀리다?"…넘치는 혐오·차별
시력이 약하다는 특성만으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김예지 당선인에게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의정활동을 할 자격이 없다'는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말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비수가 됐습니다.
"경험해봤거나 평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건 개개인에 대한 지적보다는 장애인 전체를 겨냥해서 한 부분이고…"
서울 강남 갑 태구민 당선인은 출신 지역이 북한이라는 이유만으로 조롱이 이어져 논란이 됐습니다.
탈북민 사이에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은 새롭지 않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렇게 장애인과 이주민 등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여전합니다.
당사자들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과 이주민 등은 혐오 표현을 자주 접하는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합니다.
혐오 표현이 약자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는 겁니다.
혐오와 차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수개월 간 생활한 A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자 난생 처음 아시아인 혐오에 시달렸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를 가거나 마트를 가면은 직접적으로 접촉을 하거나 따라온다거나…동료도 마트에서 발길질을 당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은 혐오 표현이 불거질 때 스스로 혹은 조직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극단주의자들이 하는 경우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혐오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약자에게 향할 때는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염병과 같은 사회 혼란이 이어지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차별을 막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solemio@yna.co.kr)
▶ 댓글 삭제·이력공개…비뚤어진 표현과의 전쟁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네이버의 뉴스 댓글 작성창입니다.
사용자 아이디 옆 화살표를 누르면 이 작성자가 쓴 댓글의 이력을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달 19일부터 이 정책을 시작했는데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 간 삭제된 악성댓글은 6,600여개로 지난달 같은 기간의 2만여개에 비해 70% 정도 줄었습니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 다음 역시 신고항목에 차별 혐오 항목을 추가해 악성 댓글 차단에 나섰습니다.
욕설이 아니라도 특정인의 인격과 명예를 침해한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가이드라인에 따라 댓글을 삭제하고 반복될 경우 영구적으로 댓글 작성을 막을 수 있게 했습니다.
"혐오·차별에 대한 판단은 인공지능과 사람이 함께 검수하는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리포트를 기준으로…"
전문가들은 포털들의 혐오 댓글 정책 강화가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평가합니다.
"표현이라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주장이라든지 주장의 근거라든지 이런 걸 첨부해서 쓰는 것 같고 그런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다만 부작용의 가능성도 열어놨습니다.
댓글이력공개의 경우 타인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이 의견을 내는 것을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습관적 악성 댓글 작성자만을 가려내고 조치를 취하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댓글에서 상당부분, 80% 이상을 나쁜 글을 다는 사람은 전체 댓글 다는 사람들 중에 3%가 안 돼요. 전체를 대상으로 조치를 하기에는 과격하다는…"
이에 더해 공론장 형성이 꼭 필요한 이슈에만 제한적으로 댓글을 허용하자는 주장도 함께 나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화된 정책에 앞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누리꾼들의 책임의식, 자정작용이 온라인 상 차별과 혐오 퇴출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이동훈입니다.
▶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차별금지법 제정은 언제쯤?
유엔 인권이사회가 우리나라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건 지난 2007년.
"여성, 장애인, 난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심각한 사회문제죠. 차별 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많이 절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은 10년이 넘도록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동성애를 조장하고 옹호하는 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해왔기 때문입니다.
"이게 동성애 사실상 허용법이거든요. 민주당에서 제출한 차별금지법이 있는데 (…) 분명히 동성애는 반대하시는 거죠?"
"네,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13년 전 처음 발의된 차별 금지법은 18대와 19대 땐 2, 3차례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선 아예 발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 의견을 내놓은 정당은 정의당뿐이었습니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답변을 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성차별·성희롱 금지법 등 개별 영역에서 차별과 혐오 대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별 법안만으론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양한 차별의 ...